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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마음 건강

숨결만 고와라

by 마린 요정 2020. 11. 19.

 

- 이승헌의 아름다운 삶과 죽음을 위한 에세이 1화

 

단학은 숨만 쉬라고 하는 데도 그 변화가 무진합니다.

나는 이것을 지도하면서 느낀 것이 많습니다.

수원에서 십리를 걸어와서 거기서 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야 올 수 있는데, 석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두 달 쯤 됐을 때입니다. 하루는 앉아서 수련하는 중이었습니다. 막 흐느끼는 소리가 나는데, 마치 도깨비같이 험상궂은 사람이 앉아서 눈물을 텀벙 텀벙 흘리면서 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무슨 사연이 있구나. 알고 보니 이 사람이 유명한 노름꾼인 데다, 주먹질장이에 아주 험악한 사람으로 수원에서 유명했습니다. 부인은 매일같이 두들겨 맞고, 목사님 설교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교회에 가면 교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도무지 대책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호흡을 하다가 순간 자기 과거가 영화 필름같이 돌아가더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자기가 한 일들이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안 것입니다. 그 다음부터 술도, 담배도 끊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인절미 떡을 해 가지고 집에 찾아왔습니다. 웬 떡인가 했더니, 바로 그 사람의 부인이었습니다. ‘남편의 버릇을 고쳐주고, 마음을 잡게 해주어 선생님 은혜를 평생 못 잊겠다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온 것이었습니다.

 

나는 단지 숨만 쉬라고 한 것뿐,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때 교육 중에서 이것이 일등 교육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들은 착하게 살라고 하면 '너나 착하게 살아라' 이러고 맙니다. 요즘은 좋은 말이 좋게 들리지 않는 풍조가 깊어져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소리를 해도 그냥 안 들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숨을 안 쉬면 죽으니, 숨 안 쉴 수 있습니까? 숨을 쉬라면 쉰다는 말입니다. 쉬는 숨이니까 잘 쉽니다. 이왕에 쉬는 숨이니까 잘 쉽니다. 숨을 쉬라고 하면 숨을 쉽니다. 숨을 잘 쉬다 보면 어떻게 됩니까? 숨이 고르게 길게 쉬어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마음이 급하고 불안하면 숨결이 급해집니다. 싸울 때 씩씩거린다고 하지, 색색거린다고는 안 합니다. 씩씩거리며 싸우면 숨이 가빠집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면 입에 침이 나오고 숨결이 고와집니다. 숨결이 고와지는 것이 사람의 성품을 곱게 하는 열쇠입니다. 성품을 곱게 하라는 말도 필요 없고, 그냥 숨결만 고와라. '숨결은 곱고 화를 내라'하면 화를 못 냅니다. 숨결이 곱고 화를 내는 것, 그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숨결을 곱게 하면서 화를 낼 수 있습니까? 화를 못 냅니다.

 

숨결을 곱게 하는 것은 한을 풀어주는 지름길입니다. 모든 병을 마음에서 풀어가는 것입니다. 한이 풀리니 신경통이고, 디스크고, 당뇨병이고 그러한 병들이 다 낫는 것입니다. 호흡을 하는 자세는 내 몸을 바라보면서 하는 것입니다. 내가 내 몸에서 떠나면 마음은 평화스러운 상태에 들어갑니다. 마음의 평화를 가지고 호흡을 하면 내 몸에 있는 기가 평화롭게 흐르고 호흡은 순조로워집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준비를 하고 시작하듯이 아무 준비 없이 호흡을 하면 호흡이 잘 되지 않습니다.

 

수련을 하면 일단 내가 누구인지를 잊어버려야 됩니다. 내 직업이 무엇인지,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호흡을 할 때는 코가 달려 있는지, 안 달렸는지, 귀가 붙었는지, 안 붙었는지도 잊어야 합니다. 내가 내 몸에서 떨어지면 내 몸과는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내 몸에 붙어서 호흡하지 말고 떨어져서 나를 호흡시키는 것입니다. 몸으로부터 떨어져서 마음의 평화를 느끼고, 마음의 평정심을 통해서 호흡을 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음에 의해서 기가 움직이게 됩니다. 마음이 불안한 사람은 몸이 비비 비틀립니다. 마음이 평화로울 때는 모든 몸의 동작이나 숨결이 고와집니다.

 

호흡 수련은 우리의 인연과 성격과 습성에 따라서 다릅니다. 오로지 마음을 단전에 두고 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몸을 모시면서 하는 것입니다. 이 호흡은 오직 몸을 모셔야 됩니다. 앉혀놓고 호흡을 시키는 것이 몸을 모시는 것입니다. 내 몸을 모시는 것입니다. 내 몸을 간절히 모시다 보면 그 다음에는 내 몸이 말을 잘 듣습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내 몸에 지시를 하는 것입니다. 내 몸에 지시를 합니다. 내 몸에 명령을 할 수가 있고, 내 몸을 지배할 수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명령을 내리면 안 됩니다. 처음에는 몸을 잘 모시다가 지배하면 몸이 말을 잘 듣습니다.

 

그래서 단은 생명의 실상입니다. 생명의 뿌리입니다. 여기에서부터 인류가 탄생되었습니다. 생물이 나왔고, 종교가 나왔고, 사상이 나왔고, 과학과 의학이 다 나온 것입니다. 기는 모든 것의 뿌리입니다. 언어 이전에 호흡이 있었습니다. 모든 생명의 시작은 호흡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만들어지고 구성된 어떤 것이 아닌 순수한 생명, 그 자리를 바라보고 배우는 것입니다.

출처 : K스피릿(http://www.ikoreanspir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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