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서로 다른 가치 기준을 갖고 있을까?
같은 것을 재는데도 가치의 저울 눈금은 서로 다른 수치를 가리킬까?
누군가의 저울이 고장났기 때문일까?
아니다.
저울은 완전한데
저울 눈금이 0에 맞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현명한 왕들이 보여준 예는
부피를 재는 되와 무게를 재는 저울, 길이를 재는 자를 통일하는 것이었다.
그 일이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현명한 왕들은 사회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거래의 기준을 통일하는 것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공정한 거래는 되와 저울과 자를 통일하는 것부터,
즉 거래의 기준을 분명히 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물건을 서로 다르게 평가하게 되고 다른 값을 부르게 되고 당연히 분쟁과 다툼이 생기므로.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것은 마치 저울에 다는 것과 같다.
각자 자신의 저울에 사물을 올려놓고 그 무게를 다는 것이다.
사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서로 다르다 함은 같은 물건을 올려놓고도 각자의 저울이 서로 다른 눈금을 가리키는 것과 같다.
그 이유가 뭘까? 저울이 완전하지 않아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저울에는 결함이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은 자신의 저울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지금 당신의 몸을 옆으로 한번 기울여 보라. 당신의 몸이 기울었는가? 그렇다면 그렇게 기운 게 당신인가, 기울었다는 것을 아는 게 당신인가?
질문을 한번 바꾸어 보자.
지금 당신의 인식은 완전한가? 만일 당신의 인식이 완전하지 못하다면, 완전한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게 당신인가, 자신의 인식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아는 게 당신인가? 그리고 당신은 자신의 인식이 완전하지 못함을 어떻게 아는가?
우리가 자신의 인식이 불완전함을 아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처음부터 주어져 있는 완전한 앎을 통해서이다. 우리 안에는 우리가 그것을 알든 모르든 완전한 앎이 존재한다. 그것은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같은 사물에 대해서도 저울 눈금이 서로 다를까?
그것은 저울이 완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저울 눈금이 0에 맞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저울 위에 뭔가를 올려놓기만 하고 내려놓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가치 평가가 서로 다른 것은 저울이 정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저울이 정확하기 때문에, 우리들 각자의 인식이 자신 위에 미리 올려져 있는 무게를 정확히 반영해서 그만큼씩 서로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 무게가 바로 우리가 쓰고 있으면서도 쓰고 있는 줄 모르는 색안경이다.
저울 눈금이 항상 0을 가리킬 필요는 없고 우리가 항상 맨눈으로 있어야 할 필요도 없다. 저울은 무게를 달기 위해 있는 것이므로 이것저것 무게를 달아야 하고 그 무게에 따라 거래를 해야 한다. 보는 것도 자세하게 볼 때는 현미경을 사용하고 멀리 볼 때는 망원경을 써야 한다.
문제는 올려놓은 다음 내려놓는 것을 잊어버리는 데 있고 안경을 낀 다음 벗는 것을 잊어버리는 데 있다. 필요할 때 필요에 따라 무게를 달고 0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항상 0을 유지하는 것이 깨달음이 아니라, 완전하고 정확한 저울 자체가 깨달음이다.
사원 안에 혹은 동굴 안에 머물며 늘 완전한 의식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저울 위에 아무 것도 올려놓지 않고 항상 0을 유지하는 것과 같으며, 그 상태에 머무는 것은 그 사람의 선택이다.
하지만 깨달음은 저울 눈금이 0이거나 10이거나 상관이 없다. 올려져 있는 대로 정확히 무게를 표시하는 그 완전한 저울 자체가 우리 자신이고 깨달음이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 올려져 있을 때 올려져 있다는 것을 알고 내려놓을 줄 알면 되는 것이다.
필요할 때 안경을 끼고 보되 자신이 안경을 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필요 없을 때 벗어놓을 줄 알면 되는 것이다.
누구나 다 처음에는 완전한 0점에서 출발하지만 다양한 삶을 거치며 무수히 많은 저울질을 하는 동안 0점에 대한 감각을 잊어버리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 위에 무엇을 올려놓고도 올려놓은 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바른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첫째, 자신이 완전한 저울임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 자신이 가진 관념의 무게 때문에 그 저울 눈금이 0점에 맞추어져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셋째, 우리 삶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선택, 모든 거래에서 서로 다른 가치를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는 가치들의 가치, 중심가치가 자신의 인격이나 사상이나 종교나 민족이 아니라 지구임을 깨달아야 한다.
넷째, 그 중심가치인 지구를 중심에 두고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에서 0점 회복의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깨달은 삶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바른 거래가 이루어지려면 먼저 자신이 완전한 저울이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념의 무게 때문에 저울 눈금이 0점에 맞춰져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건강한 삶 > 좋은 글, 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면서 행하지 않는 것이 두려움이다 (0) | 2020.12.24 |
---|---|
관념의 때를 벗긴다는 것 (0) | 2020.12.20 |
[책] 다이어트의 정석 (0) | 2020.12.08 |
[책] 당당한 육아 (0) | 2020.12.04 |
[책] 수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0) | 2020.12.02 |
댓글